한국 전통 기념일 & 문화

[한국 전통 기념일] 강원도 설날 차례상

windsoundstory 2025. 8. 17. 15:55

 설날이 되면 전국 어디서나 떡국을 먹고 조상께 차례를 지내는 모습이 익숙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역마다 설 차례상의 음식 구성이나 예법에는 뚜렷한 차이가 존재한다. 특히 강원도 지역의 차례상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과는 식재료, 조리법, 상차림 순서 등에서 특유의 지역성이 잘 드러난다.

[한국 전통 기념일] 강원도 설날 차례상

같은 명절이라도 지역별로 오랜 전통과 생활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자연스레 차례 문화에도 고유한 색채가 스며든 것이다. 이 글에서는 한국 전통 중에서 서울과 강원도의 설날 차례상이 어떤 점에서 구체적으로 다른지, 그 문화적 배경과 함께 다섯 가지 핵심 차이점을 중심으로 자세히 살펴본다. 지역의 전통이 깃든 차례상의 의미를 이해하면, 단순한 상차림을 넘어 조상에 대한 진심과 공동체의 삶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었는지도 더 깊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강원도 한국 전통 차례상에는 ‘산나물’과 ‘묵은지’가 올라간다

 

서울의 차례상에서는 주로 명절 음식으로 알려진 고기산적, 잡채, 전통전, 떡국, 나물무침 등이 정형화되어 있는 반면, 강원도에서는 보다 소박하고 자연 친화적인 음식이 중심이 된다. 대표적으로 강원도 차례상에는 다양한 산나물이 올라가는 전통이 남아 있다. 고사리나 도라지 무침은 기본이고, 더덕, 취나물, 곤드레, 참나물 등의 재료가 지역에 따라 선택된다. 이는 강원도 특유의 산악 지형과 깊은 산속 자연 환경에서 기인한 음식문화로, 옛날부터 이 지역 사람들은 명절에도 자연이 주는 재료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또한 특이한 점은, 서울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묵은지’가 강원도 차례상에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서울 지역에서는 김치류는 차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강원도에서는 집에서 직접 담근 묵은지를 귀한 제물로 여겨 조상께 올리는 풍습이 있다. 묵은지는 단순히 오래된 김치가 아니라, 한 해 동안 가족이 정성껏 지켜온 저장식품이자 생활의 일부였기에 제사상에서도 그 의미를 인정받은 것이다.

 

 

 

생선의 종류와 조리법이 다르다

 

서울의 설날 차례상에는 조기나 도미, 갈치처럼 비교적 전국적으로 유통되는 생선이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강원도 차례상에는 지역 특산 생선이 오르거나 조리법에서 큰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동해안과 인접한 강릉, 속초, 삼척 등지에서는 명태, 도루묵, 임연수어와 같은 동해안의 생선을 사용한 차례상이 흔하다. 이들 생선은 대부분 소금 간을 최소화한 상태로 구워내며, 생선의 크기가 작아도 정성스럽게 손질하여 정갈하게 올리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강원도 내륙지역에서는 생선을 구하기 어려운 시절엔 생선을 생략하고, 대신 말린 고기나 두부, 혹은 산채류로 대체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러한 점은 강원도 사람들이 설날 차례상을 자연에 순응하며 구성해 왔다는 점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서울에서는 비교적 공급이 풍부한 해산물을 중심으로 식재료를 구성했다면, 강원도는 가능한 재료를 정성으로 조리해 올리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실용적 전통은 지금도 일부 가정에선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강원도 전통 제사 음식의 간이 더 심심하고, 기름기도 적다

 

서울 지역 차례상에서는 다양한 전(煎)을 중심으로 한 기름진 음식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고기산적, 동그랑땡, 잡채 등 기름에 볶거나 튀긴 음식이 기본 구성이다. 반면, 강원도 차례상은 전체적으로 간이 심심하고 기름기가 적은 편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강원도의 식문화 자체가 담백하고 절제된 맛을 추구해 왔다는 점이고, 둘째는 겨울철 식재료 확보가 어려웠던 지역 특성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물 요리도 대부분 무침보다는 살짝 데쳐서 간장만 살짝 뿌리거나, 참기름조차 넣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히 입맛의 차이가 아니라, 조상에게 드리는 음식은 가능한 자연 그대로의 맛을 담아야 한다는 지역적 가치관에서 비롯되었다. 조선시대 유교 예법에서는 음식의 맛보다 정성과 단정함이 더 중요했는데, 강원도는 그 전통이 지금까지도 강하게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노령층이 많은 농촌 지역에서는 여전히 "기름 냄새보단 산내음이 좋다"는 식의 인식이 남아 있어, 이런 음식 철학이 차례상에도 반영된다.

 

 

 

한국 전통 차례상의 배열과 절차에도 지역적 차이가 있다

 

음식 구성 외에도 차례상의 배열 방식이나 절차에서도 서울과 강원도는 일부 차이를 보인다. 서울 지역에서는 통상적으로 차례상의 좌우 배열을 기준으로 어육류, 나물류, 전류, 탕류, 밥·국·술의 순서로 정리하며, 유교 예법서에 따른 ‘홍동백서(紅東白西)’ 등의 원칙을 중시한다. 그러나 강원도에서는 이와 같은 이론적 규칙보다는, 실용성과 조상에 대한 정성이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홍동백서나 어동육서 같은 형식보다는, 상에 올리는 사람의 손에 익은 방식으로 배열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일부 가정에서는 차례상 순서보다는 음식 하나하나를 정갈하게 만드는 것에 더 집중하며, 절차 또한 가족이 모두 함께 참여하여 자유롭게 진행하는 분위기가 많다. 이러한 모습은 강원도의 설날 문화가 형식보다는 진심을 중시하는 지역적 특색을 잘 보여준다. 서울이 표준화된 절차를 중시한다면, 강원도는 가정마다의 경험과 전통을 존중하는 유연함이 강하게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