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 기념일 & 문화

[한국 전통 기념일] 단오날 시루떡 먹는 이유는?

windsoundstory 2025. 8. 21. 13:18

단오(端午)는 음력 5월 5일에 해당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 명절 중 하나로, ‘여름의 시작’이자 ‘질병을 막고 복을 부르는 날’로 여겨져 왔다. 이날은 단순한 절기가 아니라,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하고 가정의 안녕을 기원하는 날이었으며, 예로부터 창포물로 머리를 감거나, 부적을 붙이고, 수릿놀이와 씨름을 하며, 특별한 음식을 나눠 먹는 풍습이 이어졌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풍속 중 하나는 바로 단오날 시루떡을 쪄서 나눠 먹는 전통이다. 왜 하필이면 단오에 시루떡일까? 그리고 그 시루떡에 담긴 의미는 단순한 절기 음식 이상의 것이었을까?

[한국 전통 기념일] 단오날 시루떡 먹는 이유는?

사실 조상들은 시루떡을 단오의 다산(多産)과 풍요를 기원하는 상징물로 여겼다. 이 풍습은 민속적 상징뿐 아니라, 당시의 사회 구조와 가족관, 그리고 풍요에 대한 염원이 깊게 반영된 전통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단오 시루떡의 역사적 배경, 그 속에 담긴 상징성과 다산과의 연관성, 지역별 떡 문화의 차이, 현대적 계승 방식까지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풀어본다.

 

 

 

단오와 시루떡의 만남 – 절기 음식이 된 이유

단오는 양기가 극성에 이르는 날로, 예로부터 음(陰)적인 기운을 다스리고 질병과 액운을 막는 날로 여겨졌다. 우리 조상들은 음력 5월이 되면 더위와 습기, 벌레 등 외부의 위협이 커지는 시기라 생각하여, 몸과 집안의 정기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했다. 이 가운데 음식은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가족과 이웃에게 의미를 전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그 중에서도 시루떡은 단오날 중요한 상징 음식이 되었다. 시루떡은 쌀가루를 켜켜이 쪄낸 떡으로, 위로 솟는 수증기와 쌀가루가 부풀어 오르는 형상이 생명력, 상승, 복의 기운을 의미한다. 고대 농경 사회에서 이 부풀어 오름은 단순한 음식의 성질이 아니라, 올 한해 농사가 잘되고,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며, 가정에 새 생명이 깃들기를 기원하는 상징 행위였다. 단오에 시루떡을 찐다는 것은, 복을 찌고 운을 쪄내는 전통적 염원이 담긴 의식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단오가 농번기의 한가운데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 시기는 모내기와 김매기가 시작되는 시점으로, 집안 모두가 분주한 시기였고, 일손을 도우러 온 이웃들에게 시루떡을 나눠주며 노동의 수고를 함께 나누는 풍습도 형성되었다. 즉, 단오의 시루떡은 공동체의 결속, 가족의 다복함, 그리고 자연의 순리에 대한 감사와 연결된 음식인 것이다.

 

 

 

시루떡의 상징 – 다산, 번창, 생명의 복을 담다

조상들이 단오에 시루떡을 먹은 이유 중 가장 뚜렷한 민속적 해석은 바로 ‘다산’의 상징성이다. 예부터 다산은 가정의 번창함과 마을의 풍요로움을 의미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였다. 자손이 많아야 집안이 번성하고, 노동력이 많아야 농사와 생계가 유지될 수 있었던 조선 전기 농경사회에서는 다산이 곧 삶의 안정이자 이상적인 삶의 조건이었다.

시루떡은 그 형태와 조리 방식에서부터 생명의 순환과 확대를 상징했다. 하얀 쌀가루가 시루 안에서 수증기를 타고 부풀어 오르는 모습은 마치 태아가 자궁에서 자라나는 것과 유사하다는 상징 해석이 있다. 또한 시루떡은 대개 3단 혹은 5단으로 겹겹이 쪄내어, ‘층층이 복이 쌓이기를 바란다’는 염원이 담긴다. 여기에 팥고물을 얹은 팥시루떡의 경우, 팥이 악귀를 쫓는 신성한 곡물로 여겨졌기 때문에, 다산과 동시에 액막이 의미까지 함께 담겼다.

전통적으로 단오 무렵에는 아이 없는 집, 막 결혼한 부부, 또는 아들을 기다리는 집안에서는 시루떡을 정성껏 쪄서 집안의 장독대 위, 부엌, 문고리, 대문 앞 등에 놓고 복을 기원했다. 어떤 지역에서는 아들을 점지해 달라고 빌며 떡을 창호지에 싸서 우물 옆에 두거나 산기슭에 묻는 풍습도 있었는데, 이 모두가 생명력의 기운이 깃든 떡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되었다.

 

 

 

지역마다 다른 시루떡의 형태와 전해지는 의미

단오 시루떡은 지역에 따라 형태와 의미가 다양하게 변화되었다. 경상도 지역에서는 흰 시루떡에 붉은 팥고물을 얹은 팥시루떡이 일반적이었다. 팥은 예로부터 귀신을 쫓고 부정을 막는 식재료로 여겨졌기 때문에, 단오날 먹는 팥시루떡은 액운을 막고 자손이 번성하길 바라는 뜻이 강하게 반영되었다.

반면 전라도 일부 지역에서는 시루떡에 쑥을 넣거나, 수레바퀴처럼 모양을 낸 '수릿떡' 형태로 쪄냈는데, 이 역시 쑥의 정화 능력과 수레의 순환적 의미를 활용한 민속적 해석이 반영된 결과다. 수릿떡은 수레바퀴처럼 생겨서 운이 계속 돌고, 끊기지 않고 복이 돌아온다는 의미를 가진다.

강원도제주도 등 산지 중심 지역에서는 보리쌀, 조, 기장, 수수 등 다양한 곡물을 혼합한 떡이 만들어졌으며, 이는 다양한 곡식을 통한 풍년 기원과 건강 장수에 대한 염원이 담긴 형태였다. 한편, 경기 지역 일부에서는 시루떡에 모양을 낸 조각 떡을 올려 ‘복의 씨앗’이 퍼지기를 기원하는 풍습도 있었다.

이처럼 시루떡이라는 음식 하나에도 지역의 농업 환경, 사회 구조, 믿음 체계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이는 음식이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지역의 세계관과 공동체 정서를 반영하는 문화적 코드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현대에서의 계승 – 전통 떡에서 웰빙 간식으로

오늘날에는 단오 명절 자체가 많이 희미해졌지만, 시루떡은 여전히 다양한 방식으로 계승되고 있다. 특히 전통 떡집이나 농촌 체험마을에서는 단오 주간에 ‘단오 시루떡 찌기 체험’, ‘떡 나눔 행사’, ‘떡에 담긴 전통 이야기 교육’ 등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조상들의 정신을 전하고 있다.

또한 시루떡은 최근 ‘웰빙 간식’**도 재해석되고 있다. 설탕을 넣지 않고, 천연 곡물만을 활용해 만든 건강식 시루떡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으며, 팥 대신 검은콩, 단호박, 고구마 등 다양한 천연 재료를 넣어 모양과 색감, 영양까지 고려한 현대적 시루떡도 판매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전통과 현대, 영양과 의미를 연결짓는 문화적 진화로 해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오날 시루떡을 찐 조상들의 마음이다. 그들은 단지 떡을 만들어 먹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생명과 복, 가족의 건강과 공동체의 화합을 담았다. 그 마음이 이어진다면, 오늘날 시루떡을 먹는 이유는 과거와 다를 것이 없다. 그저 먹는 음식이 아니라, 우리의 바람과 기원을 담은 문화적 상징인 것이다.